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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말라리아 (Molecules versus Malaria)

parkindresden 2025. 7. 14. 11:13

  말라리아는 ‘Bad Air’를 뜻하는 이태리어 mal’aria로 습지에 낮게 떠오르는 독성 가스에 의한 병이라고 잘못 알렸졌었어(습지에 모기가 많지). 기생충에 의해 발병하는 말라리아는 아마도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질병 중 하나로, 현재도 매년 수억명이 감염되어 수십만 명이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어. 1995년 에볼라(Ebola) 바이러스로 자이르에서 6개월간 사망자 수가 250명 이었던 것과, AIDS 환자 한명이 2~10명을 감염시키는 데 비해 말라리아 모기(얼룩날개모기, Anopheles)를 통해 수백명에게 전파되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위험한 감염병으로, 1970년 세계보건기구 WHO는 말라리아 박멸을 포기하고 관리로 목표를 바꾸었어. 물론 방제와 치료를 위한 약이 있지만 못된 놈들의 손아귀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곳이 세상에 아직 많아 ☹️. 

암컷 모기(female mosquito)는 알이 부화할 때까지 사용할 영양분인 노른자(egg yolk)를 만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한 동물의 피를 섭취해. 이때, 모기가 문 사람이 말라리아 기생충(Plasmodium)에 감염되어 있다면, 그 피를 흡혈한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면서 기생충을 전파해. 감염되면 주기적인 고열과 오한, 황달, 무기력 등의 증상에 시달리게 되지.   

모기와 인간을 통한 말라리아 기생충의 일생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모기는 전 세계 약 3500여 종의 모기 중 70여 종으로 매우 적은 수이고, 주로 열대 지역에 분포해 있어. 알렉산더 대왕과 탐험가 리빙스턴 (David Livingstone) 그리고 영국의 철권 통치자 크롬웰 (Oliver Cromwell)이 모두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퀴닌(Quinine)은 말라리아 기생충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을 소화하지 못하게 만들어 예방과 치료에 사용되었어.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의 콜롬비아와 볼리비아 사이 대략 1000~2700 미터 지역에서 자라는 기나나무(Quina tree = Cinchona tree) 껍질에 있는 알카로이드인 퀴닌은 오래전 부터 원주민들이 열이 날때 달여 먹어 왔어. 

스페인 친촌(Chinchon)의 백작이 페루 총독으로 재임 중이던 1630년, 병에 걸린 그의 부인 치료에 애를 먹던 의사가 원주민의 치료 방법인 기나나무 껍질로 회복 시킬수 있었고, 이후 Cinchona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알려졌어. 이 이야기에 의하면 말라리아가 이미 신대륙에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다른 많은 유럽인이 신대륙에 전파한 치명적인 질병처럼 유럽인과 아프리카 노예로 부터 전해졌다는게 일반적인 학설이야. 

기나나무 분포 지역인 안데스 산맥과 기나나무 껍질, Wikipedia

 

이를 계기로 기나나무가 말라리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게 알려지면서, 열대권 식민지의 말라리아 관리뿐 아니라 발열, 소화불량, 암 등 수요가 늘어 18세기 말에는 안데스 산중의 기나나무가 매년 거의 25000그루씩 벌목되었어. 당시 교황을 새로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가 끝나면 늘 참여했던 추기경들 중 몇분이 말라리아로 사망하였었는데, 기나나무가 알려진 후 1655년에는 단 한분도 사망하지 않았다고 해. 

열대 지역에 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던 영국인들은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해 퀴닌이 들어간 토닉워터(tonic water)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퀴닌의 쓴맛이 강해 알콜인 진(gin)을 섞어 마셨고, 이후 저녁의 진토닉(gin & tonic) 문화로 발전했어. 

  1820년 프랑스의 펠티에(Joseph Pelletier)와 카방투(Joseph Caventou)에 의해 퀴닌이 처음 기나나무 껍질에서 추출-정제되었어. 하지만 구조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9장 염료편에서 펄킨이 처음 합성하려다 실패한 성분이 퀴닌이었던 것처럼 합성이 어려웠어, 대신 기나나무를 인도 등 다른 나라 지역에서 재배하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페루나 볼리비아가 살아있는 기나나무나 씨의 반출을 금지했고 나무의 종류도 많아, 불법으로 어렵게 가져간 나무를 다른 지역에서 재배했더라도 껍질의 퀴닌 함량이 상업적 가치가 있는 3%를 넘는 나무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더치(네덜란드)가 자바섬에서 1861년 재배에 성공했고, 1930년에 이르러서는 세계 소비량의 95% 이상을 자바에서 공급하게 돼.     

  1944년에 퀴닌 분자를 합성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유기화합물 합성을 연구하는 화학자들의 “The final proof of structure is synthesis”, 즉 "제안된 새로운 화합물의 구조는 단순한 분자로 시작해 동일한 성질과 특성을 가지는 화합물을 독립적으로 만들어 내야 비로소 확인" 된다는 기준에 부합하는 성과는 2001년에야 컬럼비아 대학의 스토크(Gilbert Stork)가 이루었어.        

 

  기나나무를 더 많이 재배하거나 합성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동안, 의사들은 말라리아의 원인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어. 말라리아가 모기와 관련이 있다는건 경험적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병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1880년 프랑스 의사 라브랑(Charles-louis Alphonse Laveran)이 현미경으로 말라리아 환자의 피를 관찰하다가 병원체인 기생충을 처음 확인했어. 이후 1897년 영국의 의사 로스(Ronald Ross)가 병원체를 모기의 내장에서 발견하면서 기생충과 말라리아 모기 그리고 사람의 복잡한 관계가 파악되어, 기생충의 생애 주기에 있는 여러 약한고리(weak point)가 연구되기 시작했어. 

매개체(vector)인 모기를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1955년 WHO는 DDT사용을 권고했고, 그 결과 1969년까지 말라리아 유행 지역내 주민 중 약 40%에서 말라리아가 사라지자, 1975년에 이르러 WHO가 “유럽에 말라리아가 완전히 퇴치되었다(malaria free)”고 선언 하기도 했어. 말라리아 퇴치에 지대한 기여를 한 DDT이지만,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는 동물의 지방에 축적되어 발생하는 건강 문제와 모기뿐 아니라 다른 유익한 곤충들을 죽이는 등의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 등이 드러나 70년대 부터 사용이 금지 되었어. 방제에 의한 지나친 모기 수의 감소로 최근엔 하와이에서 토착 조류의 멸종을 막기위해 생식력이 없는 실험실에서 기른 숫모기들을 일부러 놓아준다고 해.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콩그레스 다리 (congress avenue bridge) 밑에는 150만 마리의 박쥐가 살고, 하룻밤에 1만~3만 마리의 모기와 유해한 벌레들을 잡아 먹는데 모기가 줄면 박쥐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겠지.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사람들은 많게는 약 25%가 ‘낫적혈구빈혈(sickle-cell anemia)’이라는 토착병을 가지고 있어. 부모가 이병을 보유하는 경우 자녀의 1/4은 병을 가지고(RR) 태어나고, 1/4은 정상적인 원형적혈구를 가지고 (rr) 태어나고, 나머지 2/4는 병은 없지만 질환을 보유(Rr)하고 태어나. 

낫적혈구빈혈의 상염색체 열성유전( autosomal recessive ), Wikipedia
일치하는 Sickle cell anemia(좌)와 Malaria(우) 발생지 분포, Wikipedia

 

정상 적혈구는 원형으로 인체 말단의 좁은 모세혈관까지도 잘 들어가는데, 이 병이 있는 경우 전체 적혈구의 약 절반이 반달모양으로 변형되어 모세혈관에 걸려서 들어가지 못해. 또한, 정상 적혈구는 120일 정도 생존하는데 반달모양 적혈구는 10~20일 정도로 짧아서 골수(bone mellow)가 충분히 새 적혈구를 만들어 내지 못해 빈혈에 의한 피로, 황달, 감염, 시력감퇴 등의 건강 이상이 발생해. 하지만 빨리 소멸되고 산소 농도가 낮은 반달모양 적혈구는 기생충에게도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낫적혈구빈혈 병이 있거나 보유하는 사람은 말라리아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낮아.

낫적혈구빈혈병이 있는 1/4은 어려서 빈혈로 죽을 확률이 높고, 병이 없는 1/4은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죽을 확률이 높고, 나머지 2/4의 생존 확률이 가장 높겠지. 이 유전병이 남아메리카 원주민에 없는 것이 말라리아가 없었다는 간접 증거가 되면서 유럽의 정복자들에 의해 신대륙에 유입된 다른 질병들과 함께 말라리아가 정복 초기 10년간 원주민 인구의 75~90%가 사망하도록 만든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어.      

낫적혈구(sickle-cell) 와 혈액 막힘,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