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키가 자라던 학창 시절엔 ‘꼬맹이’니 ‘꺽새’니 하며 키 가지고 서로 놀리던 기억이 있다.
나이 들어서까지 그런 놀림이 계속되지는 않지만 아직도 그 꼬맹이와 꺽새는 친구 또는 돈 보따리, 고기 덩이 등의 모습으로 ‘시각적 과장(eye-appeal)’을 사용한 눈속임에 나타나곤 한다.

미국과 로툰디아(가상국가) 목수의 평균 주급을 비교하는 기사를 내려고 하는데 단순히 미국은 60달러, 로툰디아는 30달러라고 숫자만 기사화해서는 너무 단순해서 그래프를 추가한다.
간단한 막대그래프(Bar Graph)를 그렸는데 너무 평범해 독자의 주의를 끌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30달러짜리 돈 보따리를 미국은 두 개, 로툰디아는 한 개 들고 있는 그림으로 바꾸려 했는데 위에서 임팩트가 없다고 퇴짜를 놓는다.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나 마음이 급해진 나는, 잘쓰지 않지만 과장했다는 것이 드러나지 않고도 독자에게 임팩트를 주는 방법을 쓰기로 한다. 30달러짜리 돈 보따리 두 개 대신, 60달러짜리 돈 보따리를 이차원으로 키워 그린다. 즉, 가로와 세로를 모두 2배로 키워 그리면 이제 눈에 확 들어온다. 미국의 주급이 로툰디아 보다 2배 많으니 가로와 세로 모두 2배로 크게 그렸다고 문제될 건 없어보인다.
하지만 이 방법이 속임수인 것은, 가로와 세로를 2배로 늘려 4배의 면적을 만들어, 독자가 실제 2배 차이가 아닌 4배 차이로 인식하게 만드는 점이다.
더 심한 경우, 3차원 그림의 부피를 늘려 8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속임수는 생각보다 자주 사용되고 있다.
미국 철강 협회는 1930년과 1940년 사이 정부의 관여 없이 자율적으로 1.5배 성장했다는 것을 강조해 규제 완화를 주장할 목적으로 이 방법을 사용해 자료를 냈다.
그림에는 단순히 2차원으로 면적만 키운 것이 아니라, 아래의 철광석의 크기까지 키워 났다.

대놓고 “속았지!”라고 말하는 것 같은 시도 중에는, 눈금을 아래에서 위로 커지게 두는 대신, 세로축을 역전시켜 0점을 위에 놓고 아래로 커져가게 그린 것이 있다. 여기다 색 대비까지 더하면 의도는 더욱 분명해 진다.
플로리다주의 사법부가 발표한 아래 그래프를 처음 마주하면, 총기 사용 시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Stand Your Ground’법을 시행한 2005년 이후 총기로 인한 사망자가 엄청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래프 위쪽의 영역을 빨간색으로 칠해 의도적으로 아래 흰색 공간과 하향 곡선을 강조하게 그려 놓았다. 제목을 “Gun Death”로 써서, 언듯 보면 총기 사망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로축 눈금을 주의깊게 보면 0점이 위에 있고 아래로 커져가는 좌표로, 정당방위 인정이 늘어나면서 총기 사망자 수가 실제로는 증가 했다.

통계에서 가장 간단하고 눈에 편한 선형그래프(linear graph)에서의 왜곡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에 대한 논의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때, 보수 진영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는 “스웨덴 사람들조차 스웨덴식 복지를 싫어하는데 왜 오바마는 미국을 스웨덴 처럼 만들려고 할까”라는 자극적인 블로그를 냈다.
높은 세금으로 폭넓은 복지를 제공하는 스웨덴 같은 사회주의적 복지 정책이 국가 번영의 발목을 잡으니 “스웨덴화(Swedishness)”가 아닌 자유경쟁을 통한 번영(Prosperity) 정책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주장을 아래 왼쪽 그림같이 선형그래프로 그리면, 확실히 ‘오바마케어’는 국가 번영을 저해하는 정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토연구소 주장의 문제는 세상이 단순한 이분법적 선형그래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많은 경우 세상일은 오른쪽 그림처럼 비선형적으로 현재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에 따라 어디로 가야할지를 결정해야한다.
이제 비선형그래프(non-linear graph)로 같은 사안을 들여다 보면, 미국은 좀더 스웨덴화가 필요하고 스웨덴은 현재 수준을 낮추어야 가장 높은 국가 번영에 이를 수 있다.
비선형그래프의 다른 예로, 낮은 세율(Tax Rate)을 높이면 세를 걷어 정부 세수(Revenue)가 높아지지만 정점을 넘어 지나치게 세율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세금 부담에 일을 접게 되고 결국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결국 어디가 최적점인지 찾아내는게 중요하다.

“2048년이 되면 모든 미국인이 비만이 될 것”과 같이 단정적으로 경고하는 연구 결과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 예측은 꽤 많은 미국인의 체질량지수(BMI)를 측정해 매우 과학적으로 도출한 연구 결과이다. 1970년대에 약 50%로 시작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8년에 75%의 미국인이 과체중 기준을 넘은 자료를 가지고 외삽(extrapolation) 한 선형그래프를 그리면, 2048년엔 비만이 100%에 다다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마른사람은 있게 마련이고 2048년이 지나도 100%가 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경종을 울리기 위한 설명이라고 이해 할 수 있지만 과학적이진 않다.

세상이 선형적으로만 돌아간다면 지구는 멸망해도 벌써 열댓 번은 했을거다. 다행히 세상은 대부분 비선형적으로 돌아가고, 우리의 삶은 양극단이 아니라 그 사이 어딘가의 최적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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