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없는 세상은 이제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 어디에나 유용한 고무줄부터 신발 밑창, 자동차 타이어, 우주선 추진체의 가스켓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안 쓰이는 곳이 없어.
고무(rubber)는, 다섯 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이소프렌(Isoprene) 분자를 가공해 서로 연결한 고분자(Polyisoprene)야.

소나무가 송진을 만들어내 듯,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이소프렌으로 이루어진 ‘라텍스(Latex)’라 불리는 수액을 만들어 내. 점성이 강하고 신축성이 있는 라텍스는 가지가 부러지는 등 나무에 상처가 났을 때 빠르게 상처 부위를 막아 세균과 곤충의 침입을 차단하고, 수분 증발도 막아주도록 진화되었어. 특히 라텍스를 많이 만들어내는 고무 나무들이 있는 중남미 원주민들은 이 라텍스를 모아 공을 만들어 차기도 했고 콜럼버스가 15세기에 라텍스를 유럽에 소개 했어.
하지만, 천연 라텍스는 열과 추위에 약해 쉽게 변질되어 어설픈 방수 코팅으로 사용된 것 이외에는 오랫동안 별다른 쓸모를 찾지 못했어.
그나마 1770년, 연필 지우개로 기존에 쓰던 빵조각 보다 생고무를 문지르는(Rubbing)게 더 잘 지워져, 이때부터 ‘rubber’라는 이름이 지우개에 사용되기 시작했대.
1826년 처음으로 파라데이(Michael Faraday)가 이소프렌의 화학식이 C5H8이라는 것을 알아냈어. 파라데이는 전기와 자기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해(이후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이 전자기 공식으로 정리) 발전기, 통신, 반도체등 전자 기기를 가능케한 전자기 물리학의 문을 연 실험 물리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화학에도 지대한 업적을 남겼지 😅.
1834년경, 미국의 발명가 굿이어(Charles Goodyear)는 라텍스에 다른 물질을 섞으면 더운 여름에도 라텍스가 녹아내리는 걸 방지할 수 있을거라 믿고 실험을 시작했어. 5년 만인 39년 겨울, 우연히 뜨거운 스토브 위에 황(sulfur)을 섞은 라텍스를 떨어뜨려 타버린 덩어리에서 가능성을 보고, 황과 온도 두 조건으로 집중적인 실험을 한 결과 상용 가능한 안정적인 천연고무를 만드는 공정을 개발해냈어.

이렇게 만든 천연고무는 크게 성공했지만, 특허관리와 사업화를 못해 생전에 경제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어. 그래도 그의 이름이 익숙한 건, 1898년 ‘Goodyear Tire’ 회사 창립자가 상업용 고무를 개발한 Goodyear를 기려 사명을 지었다고 해.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TESLA)’가 발명가 테슬라(Nikolas Tesla)를 기려 이름을 지은 것 처럼.
굿이어가 개발한 공정은 로마 불의신 Vulcan에서 따온 가황(vulcanization) 공정이라 불러. 자연고무는 늘어난(stretch) 뒤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분자들이 어긋나 탄성(elasticity)을 잃어 버리는데, 가황공정을 통해 혼합된 황(sulfur)이 이중황(disulfur, -S-S-) 결합을 만들어 잡아주면서 탄성을 계속 유지하게 되었어. 혼합된 황(sulfur)의 농도에 따라 고무의 경도도 조절 할 수 있어.

굿이어 덕에 고무가 산업용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브라질에만 있던 고무나무를 동남아시아로 가져가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나무만 가져간게 아니라 브라질의 아마존에서 행해졌던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원주민 노동력 착취 방식도 함께 옮겨갔어. 1789년에 프랑스 인권 선언이 있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적 보편 인권은 20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시작되었어.
일차대전 중에 물자 봉쇄로 천연 라텍스 공급이 어려워지자 독일에서 처음 합성고무 스타이렌(Styrene)이 개발되었고 이후 여러 기능성 합성고무 개발이 되면서 일상과 산업 여러 부분에 사용되기 시작했지.
1986년 TV로 생중계 돼 우리 기억에 더욱 선명한 미국 우주선 챌린저(Challenger)호 폭발사고는 저온에서 물성이 변한 가스켓(O-ring)틈으로 새어나온 가스가 원인으로, ‘나폴레옹의 단추’처럼 물성을 간과한 또다른 실패의 사례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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