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연금술보다 훨씬 이전부터 염색이 시작되었고, 기원전 3000년에 이미 염색에 대한 기록물이 중국에서 발견되고 있어. 기원전 200년대의 진시황릉에서 발굴된 테라코타 병사들의 의복도 채색되어 있다고 해.
수요가 많고 비싼 염료는 상업성이 컸고, 1856년 펄킨이 석탄산에서 합성 염료를 만들어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후, 이 기술이 제약과 플라스틱을 비롯한 석유화학제품의 폭발적인 발전에 기여하며 유기화학 산업의 시작을 열었어.
합성 염료 이전, 자연에서 얻는 대표적인 염료와 염색 과정은 다음과 같아;

인도 인더스 계곡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인디고(Indigo) 남색은 자연에서 얻기 어려워.
인디고 색을 내는 쪽잎이 처음부터 남색은 아니고, 알칼리성 조건에서 발효된 뒤 산화 과정을 거쳐야 청아한 쪽빛 남색이 나와.
동서양 모두 오랫동안 파란색을 내기 위해 주로 쓰이던 식물성 염료가 바로 이 쪽(Indigo, blue)이야.
예전에는 소변(urine)을 매염제로 주로 사용했어. 소변은 기름기를 제거해 섬유를 깨끗하게 해주고, 염료가 섬유에 잘 달라붙도록 색을 고정(fix)하는 역할을 해.
염료를 ‘고정한다’는 것은, 염료 분자와 섬유가 화학적으로 결합하게 만든다는 거야. 단순히 물리적으로 염료를 흡착시킨 경우에는 몇 번만 세탁해도 색이 쉽게 빠지고 바래버리거든.
염색과정을 간단히 보면;
무색의 인디칸(Indican) 성분이 있는 쪽잎을 건조해 가루로 만들어
→ 소변(지금은 수산화 나트륨 사용)과 섞어 놓아두면, 소변에 있는 효소인 유레이스(Urease)가 소변에 포함된 요소(Urea)를 암모니아로 분해하는 발효 과정을 거쳐 인디칸(Indican)이 인독실(Indoxyl)로 전환돼 섬유에 화학적으로 흡착돼
→ 그다음 빨아서 말리는 과정에서 산화된 인독실이 파란색 인디고(Indigo)가 되지.

이 과정을 어떻게 처음 발견 했을까 싶은데… 아마도, 떨어진 나뭇잎이 오줌에 젖은 채로 있다가 (알칼리 조건 발효), 공기에 노출된 상태(산화)로 오래 방치된 것에서 색이 나오는 현상을 보고, 이 경험이 쌓여 지식이 되었겠지.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9~79 AD)는 재정 안정과 콜로세움 건축 자금 마련을 위해 "돈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Pecunia non olet)"라며 대중 화장실에서 모은 소변(urine)을 가죽 가공업자나 염색업자에게 팔았다고 해.
과거 화학 비료가 없던 시절 밭에 소변을 뿌리던 것도, 소변에서 분해된 암모니아를 통해 식물에 필요한 질소를 공급하기 위해서였어.
붉은색 염료인 알리자린(Alizarin)은 매더(Madder)라는 식물에서 추출되며, 소변이 아닌 금속 이온을 매염재로 필요로 하는데 백반(Alum, Aluminium sulfate)을 쓰면 장미색, 마그네슘(Mg)은 보라색(violet), 칼슘은 붉은빛 퍼플색을 만들어.
노란색은 귀한 향신료로 유명한 사프란(Saffron)을 염료로 쓰는데, 꽃의 암술에서 채취 하는거라 1그램을 얻기 위해 13000개의 암술을 손으로 일일이 따야 하기 때문에 귀할 수 밖에 없었어.
염료는 식물에서만 얻은게 아니어서, 로마 시대부터 왕과 귀족을 상징해 ‘born to the purple’이란 말을 만든 티리안 퍼플(Tyrian purple)색은 뮈렉스(Murex)라는 바다 달팽이(연체동물)에서 추출했는데 1그램을 얻기 위해 9000개의 뮈렉스가 희생되어 한때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데.

염료의 색은 사실 물리적인 현상이지. 염료가 특정 파장의 빛만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나머지 반사된 빛을 우리가 인식하는 거잖아.
염료를 구성하는 분자가 어떤 빛을 흡수, 반사시키는 성질은 분자의 ‘공액(conjugated)’구조와 관련이 있어.
공액은 단일 결합과 이중 결합이 번갈아 이어지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 공액 구조의 길이가 짧으면 짧은 파장을 흡수해 따뜻한 붉은 계열로 보이고, 길면 긴 파장을 흡수해 차가운 푸른색으로 보여.

18세기 후반부터 화학적으로 염료를 합성하기 시작해서, 폭발 위험이 있는 니트로 화합물인 피크르산(Picric acid)으로 만든 노란색은 1771년, 붉은색 합성 알리자린(Alizarin)은 1868, 파란색 인디고(Indigo)는 1880년에 합성되었어.
실질적인 합성 염료의 시작은 1856년, 당시 18살 학생이던 영국의 펄킨(William Henry Perkin)이 방학 중에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Quinine)을 합성하는 실험을 진행하다가 우연히(serendipity) 만든 자주색(purple)을 내는 화합물에서 비롯됐어.
이 화합물이 섬유를 염색 시키는 걸 발견하고 샘플을 염색 회사에 보내 염료로 상업화 할 수 있는 걸 확인 받은 뒤 학교를 그만두고 작은 공장을 차렸어.
1859년, ‘모브(Maure)’라 이름을 붙인 펼킨의 자주색이 프랑스와 영국 황실의 드레스 염색에 쓰이며 패션계를 놀래키고 1860대를 ‘모브의 시대’로 만들었지.
처음으로 상업적 생산 공정을 거친 유기화합물로, 이후 유사한 방법으로 석탄산(Carbolic acid, Phenol)을 이용한 다양한 색상의 세계가 열리고, 19세기 말경에 이르러 2000여개 이상의 색상이 합성되면서 자연 염료를 대체했어. 또한, 화학을 공부해 엄청난 부를 이룰 수 있다는 첫번째 사례가 되었어 💰.
물론 펄킨의 합성 공정이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완성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가 경험 부족을 극복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방법과 기구를 고안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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