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기록/'프랑스'에서의 3개월

[프랑스|파리|몽마르트] 몽마르트 언덕 (1/2)

parkindresden 2026. 3. 7. 13:30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 순간(instant)에 잡히는 가장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주요 무대였던 몽마르트는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낭만적이고 친근한 장소로 다가온다. 

 

몽마르트(Montmartre)에 가기 위해 ‘아베스(Abbesses, 수녀원장들)’ 역에 내린다. 1913년에 개통된 파리에서 가장 깊이 지어진 역(station)이지만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이곳은 지상으로 나가기 위해 170개가 넘는 좁은 회전계단을 올라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굳이 계단으로 올라가는 이유는… 그 좁고 긴 회전계단 벽에 벽화를 그려 넣었다. 천천히 동화 속 다른 세상으로 걸어 올라가면 이제 작은 문이 나올 것 같다.  

 

[비디오: 아베스 회전계단] https://youtu.be/P3X9VIeo1zI

 

그리고 계단의 끝, 역의 지상 입구는 한때 ‘시청역(Hôtel de Ville)’에 있었던 것을 옮겨 온 ‘잠자리 입구(Dragonfly entrance)’라 불린다. 기마르(Hector Guimard)가 디자인한 ‘아르 누보(Art Nouveau, 새로운 예술)’ 양식으로, 덩굴같은 곡선의 초록색 철재 골격에 유리로 만들었다. 기마르가 “Metropolitain”이라 쓴 표지판의 굴곡 있는 글씨체도 독특하다. 그 자체만으로도 도시의 석조 건물들 사이에 작은 정글 속 집을 갖다 놓은 것 같아 즐겁다.

 

아베스 역 입구 /wikipedia

 

아베스 역을 끼고 있는 공원에 ‘Wall of Love’ 벽이 있다. 612개의 타일에 우리말 “사랑해”를 포함해 250개 언어로 쓰여 있다. 여러 인종과 문화 사이의 벽을 허물자는 의미와, 부서진 심장의 조각을 표현하는 벽에 흩뿌려진 빨간 점들이 다시 모이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이미 맺어진 사랑을 축복하기 위해 파리를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에게는 소리쳐 주는 듯한 수많은 “사랑해”가 사진의 특별한 배경이 된다.  

Wall of Love ( Mur des Je t'aime ) /wikipedia

 

관광 안내서에서 ‘Short Walk Montmartre’ 지도를 찾아 따라 돈다. 사진 한 장 찍고 다음 장소로 재촉하기 바쁘지만, 아직도 새로운 세계와 예술을 이루어 보려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세월에 닳아 모가 없는 돌길과 동화 속인 듯 거친 석조 건물들 사이 좁은 골목길에 머물고 있다. 비에 젖은 골목길을 사진에 담는다.

 

이제 두 개밖에 남지 않은 풍차 중 하나이고,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의 그림으로 유명한 카바레 ‘물랭 드 라 갈레트(Le Moulin de la Galette)’는 레스토랑으로 변했다.

 

계단을 걸어 올라, 1905년 레스토랑으로 문을 열어 피카소와 마티스 같은 화가들이 자주 모였던 ‘라 메종 로즈(La Maison Rose)’는 아직도 보헤미안 스타일로 칠한 분홍색 벽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천천히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담쟁이덩굴에 벽을 내준 오래된 집들이 정겹다.

 

‘오 라팽 아질(Au Lapin Agile)’은 1860년대에 문을 연 캬바레로, 화가 앙드레 질(Andre Gill)이 냄비에서 튀어나오는 토끼를 간판에 그려 “질(Gill)의 토끼(Lapin)”라 부른게 이름이 되었다. 피카소가 외상값 대신 그려 준 초상화 '오 라팽 아질에서(At the Lapin Agile)'가 캬바레에 걸려 있었는데, 나중에 4천만 달러에 팔렸다. 그림 속 배경에 앉아 기타 치는 사람이 주인이다.        

 

가파른 산기슭 건물들 사이에 조그마한 포도밭은 1933년, 마을 주민들이 이 공간에 건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포도나무를 심어 이제 몽마르뜨의 유일한 포도밭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그 덕에 매년 10월에 ‘몽마르트 포도 축제’가 열린다. 

물랭 드 라 갈레트(Le Moulin de la Galette) / 라 메종 로즈(La Maison Rose) / ‘오 라팽 아질(Au Lapin Agile)’

 

언덕의 정상에 다다르면, 좁지만 분주한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 작은 언덕)’. 이제는 돈을 받고 초상화를 그려 주는 화가들이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그림과 오래된 카페들, 다양한 프랑스 전통 관광 상점들로 비 오는 날에도 인파로 붐빈다. 

‘벨 에포크(Belle Epoque, 아름다운 시절, 1871~1914)’라 불리는 19세기 말에 남겨진 유산으로 프랑스는 아직도 낭만을 누리고 있다.       

20년 전 이곳에서 구매했던 프랑스 풍경화와 광장을 그린 그림은 아직도 거실에서 늘 그때의 기억을 붙잡고 있다. 이전엔 갤러리가 많았던 기억인데, 어쩐지 크레프(Crepe)와 프랑스 커피, 페이스트리 파는 음식점이 더 늘어나고 관광 상점들이 더 커진 것 같아 아쉽다.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 작은 언덕) / 퓌니쿨레르 옆 계단

 

조금 바가지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니, 이곳에서 카페 알롱제와 크레프 주문하고 창가 테이블에 앉아 잠시 현지인처럼 지나가는 관광객을 구경해 본다.

미국인들의 한결같은 청바지에 티셔츠, 지나치리만큼 꾸밈이 없다. 가족 여행이 많은데 각자 따로 논다. 

독일인들은 역시 관광지에서도 차려입은 모습, 각이 보인다. 독일 젊은이들은 이곳에서도 끼리끼리 모여 요란하게 맥주를 마신다. 

아시아 사람들은 커플이 많다. 신혼여행이 많아서인지 주위 사람들이 초라해 보일 만큼 잘 차려입었다.

모두들 사진 찍는데 진심이다.  

         

테르트르 광장 옆,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사크레쾨르 대성당(Sacré-Cœur Basilica)’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