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기록/'프랑스'에서의 3개월

[프랑스|파리|루브르] 루브르 박물관 - 고대 쉴리관과 리슐리외관 나폴레옹3세 아파트 (4/5)

parkindresden 2026. 2. 16. 00:02

  솔솔 밀려오는 식곤증을 뿌리치고 일어선다. 이제 4분의 1이나 보았나...

드농관을 지나 아폴론 갤러리(Apollon Gallery)로 향한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갤러리는 잠정 봉쇄되었다.

2025년 10월 19일, 네 명의 복면 도둑들이 대범하게도 아폴론 갤러리 창문으로 침입해 전시되어 있던 왕실의 귀중한 보석 장식품들을 들고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도둑들이 떨어뜨려 손상된 외제니 왕비 왕관 (Empress Eugénie's crown) /©Louvre Museum

 

관람객이 오가는 평온한 오전, 400여 대의 감시카메라와 400여 명의 가드가 무색하게 창문을 뚫고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방범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은 그저 놀랍다. 게다가 도둑들이 보석을 들고 나가는데도 주위에 있던 가드들이 무력으로 맞서지 않았다.

무료인 다른 대표적인 박물관들과 달리, 한 해 800여만 명의 관람객에게 22유로나 입장료로 받는 루브르에서 이런 일이. 

도난 사건 후 보안을 강화한다며 EU회원국 이외의 방문자에게는 입장료를 32유로나 받기로 했다니 자유와 평등, 박애를 표방하는 문화의 나라 프랑스답지 않다.     

 

이전에도 도난 사건이 없었던 건 아니어서,

모나리자의 미소가 아직 알려지기 이전 1911년, 페인트공으로 가장한 도둑이 옷 속에 숨겨 나갔던 모나리자는 28시간이 지나서야 없어질 걸 알아차렸다. 

이후에도 두건의 도난 사건이 더 있었지만, 보석류가 도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분실된 외제니 왕비의 티아라 /wikipedia

 

물론 1887년에 공화국 정부가 11일에 걸친 왕실 보석류 경매(auction)를 통해 왕관과 티아라, 브로치를 팔아버린 것도 도난이라고 불릴 만한 이벤트였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정과 왕정이 반복되자, 왕정의 상징인 왕실 보석류들을 없애려고 진행해 정치적으론 성공했지만 문화재를 잃었다는 비판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재구매하거나 기부로 돌아온 것도 있지만, 미국 티파니(Tiffany) 같은 귀금속 회사에 팔린 여러 보석류들은 재가공되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수집품들이 전시된 쉴리관을 한바퀴 돌아 리슐리외관으로 향한다.

크고 작은 수집품의 수가 너무 많아 집중이 어렵다. 

그중 몇몇 루브르 안내 지도에 표시된 수집품 만이라도 보면;    

 

  # 에트루리아의 부부 석관(Sarcophagus of the Spouses)

[room 663]에 들어서면 복도 정면에 환하게 웃으며 연회장 의자 클리네(Kline)에 다정하게 옆으로 누운 부부의 모습을 한 커다란 테라코타 조각상이 보인다. 

기원전 6세기경, 화장으로 장례를 치른 에트루리아인들이 유골을 모신 관(sarcophagus)이다. 

관은 친근하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경건함과 조금은 섬뜻함이 있기 마련인데, 오히려 부부의 환한 미소는 곧 열릴 연회의 참석을 환영하는 듯하다. 

에트루리아의 부부 석관(Sarcophagus of the Spouses)

 

수백 개의 조각으로 부서진 테라코타(구운 흙) 관을 복원하였다.  

로마 이전 이탈리아 중북부에서 번성한 도시 국가들의 문화인 에트루리아는 아치로 짖는 건축과 하수관, 도로 포장 기술에 뛰어나, 이후 콜로세움 같은 로마의 대규모 석조 건축물과 아쿠아덕트를 비롯한 상하수도 시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로마 가도를 건설하는 기초를 마련했다. 

누워서 하는 연회와 식사의 모습은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 이어지는데, 건조한 음식을 주로 섭취해, 왼편으로 편안히 누운 자세로 장시간 먹고 대화하는 데 불편이 없었겠다.

누워 있으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노예가 있던 상위층이나 가능했다.

 

  # 이집트의 서기 좌상 (The Seated Scribe)

[room 635]에는 앞에 있는 사람의 말을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겠다는 듯 세상 진지한 얼굴로, 다부지게 책상다리를 하고 하루 종일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는 석회석 조각상이 있다.  

기원전 2500년경에 만들어졌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도 친근한, 한여름에 웃통까고 앉은 까칠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  

어서 말하라는 듯 뚫어지게 바라보는 깊이 있는 눈은 수정으로 만들어져있고, 가슴의 젖꼭지는 나무로 끼워 넣었다. 무릎 위에 파피루스를 두고 무슨 말이든 받아 적을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어야 할 것 같은 긴장감이 든다. 

4500년의 역사를 보아온 눈은 세상 모든 일을 알고 있다는 듯 담담하면서 예리하다.    

이집트의 서기 좌상 (The Seated Scribe)

 

  [room 633]에는 기원전 3500년경의 물고기와 새 등 친근한 동물들을 돌로 조각해 만든, 어느 바닷가 휴양지의 허름한 상점에서 본 듯한 작은 장식들이 앙증맞다. 그때와 현재의 내가 통하는 느낌.

기원전 3500년경 돌 조각

 

  이번 방문엔 회화나 조각에 더 관심이 가지만, 20년 전에 방문했을 때는 역사가 묻어있는 고대 유물에 관심이 많았었다. 

스핑크스[room 338]와 함무라비 법전[room 227]과 같은 역사적인 유물들.

그중 앗시리아의 사르곤2세 왕궁을 지키던 4미터 크기의 날개 달린 황소[room 229]는 흥미롭다.

라마수(Lamassu)라 불리는 이 황소는 앞에서 보면 두 발로 정지해 있는 모습, 옆으로 가면 네 다리로 앞으로 가고있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 모두 5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 

그 옛날 놀랍도록 참신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선 유물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준걸 느낀다.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나를 의식한 외면인가 🤔   

날개 달린 황소(라마수,Lamassu) /wikipedia

 

  쉴리관 북쪽의 크고 작은 방들에 전시된 셀 수 없이 많은 왕실 가구, 도자기와 화려하고 정교한 귀금속 세공품들이 아내의 발길을 잡는다. 그 정교함과 섬세함은 그저 인간의 능력에 감탄이 나올 뿐이다. 

하지만 금방 지루해진 나는 의자에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한다.

왕실 귀금속
왕실 도자기와 용품

 

나폴레옹3세 아파트의 그랑 살롱 접견실 (Napoleon III Apartment, Grand Salon) /wikipedia

 

리슐리외관에 있는 나폴레옹3세 아파트. 온방을 황금빛으로 빈틈없이 장식해 놓은 화려한 살롱과 다이닝룸, 침실들의 샹들리에를 정신없이 지나 2층으로 오른다.

화려함과 사치가 지나쳐 머리가 터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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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1층 가이드 /@Louvre Museum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