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기록/'프랑스'에서의 3개월

[프랑스|파리] 프랑스에서의 3개월 _ 들어가며

parkindresden 2025. 10. 30. 04:51

가방을 샀다. 

이제부터 많이 쓸 거라는 핑계로 35리터짜리, 좀 비싼 백팩을 저질렀다.

아내는 아직은 마음이 후한 편이다. 

같이 이것저것 둘러보며, 비싼 만큼 좋아 보이는 기능과 견고함에 같이 감탄해 준다.

푸른색 배낭을 들고 나오다 문득 너무 눈에 띄는 게 아닌가 싶어, 계산하기 바로 전에 회색으로 바꾸었다.

아내는 나의 마지막 결정에 만족해 한다. 여행자의 복장이 튀는 것은 좋지 않다. 

 

정년을 꽉 채우고 은퇴한 지 1년이 되었다. 

한 번도 등 떠밀리지 않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지막에 내 발로 나왔으니, 열심히 살았다고 도닥여 본다.

경주말이 앞만 보고 달리기 위해 안대를 하듯, 좌우를 안보고 살아왔나 싶기는 하다.

 

몸이 서서히 연륜을 보이고, 기억과 사고의 순발력이 떨어지는 건 내가 제일 먼저 알아차린다.

사회에 더 남아 있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마지막 자존감 - 쓸쓸하게 물러나는 뒷모습을 보이긴 싫다.

게다가 이때쯤 되면 누구나, ‘더 늦기 전에 하고 싶던 일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들기 시작한다.

은퇴할 때가 되니, 일찍 결혼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아이들을 키우고 독립시킨 것이 제일 큰 여유다.

자연인으로서 나의 책임은 다했고 이제 다시 둘이 되었다. 

 

..... 

비자 없이 쉥겐협정을 맺은 유럽연합 국가를 방문할 수 있는 기간은 180일 중에 90일.

연속으로 90일을 머물렀다면, 이후 180일이 채워지는 이어진 90일간 어느 유럽연합 국가도 방문할 수 없다.

직장을 다닌다면 90일 동안 머무는 건 위험하다. 

1년간 머무를 수 있는 비자를 받을 수도 있지만,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하는 것이 이젠 번거로워 1년 계획을 세웠다가 그만두었다.

의욕이 앞선 초기엔 ‘1년 비자’로 가는 방법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비자를 준비하는 귀찮은 과정에서 나태해진 나는 부부 둘이서 가족과 떨어져 1년을 다른 나라에 살아야 할 이유가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결국 편하게 90일에 맞추어 무비자를 선택했다 (손녀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금은 아니라고 말해도, 99%는 손주 바보가 된다).

 

지금 내 머리속의 프랑스는 만화경(kaleidoscope) 같은 나라다. 프랑스 사람들은; 

벌새가 노래하듯이 말을 한다. ~숑, ~쥬, ~앙, ~뜨… 말은 나를 보여주는 창문이다. 

동화 속 아이들 같이 꾸밈없이 당당하다.

자연과 어울리고 즐기는 여유가 있다 (법정 근로시간이 35시간, 5주 휴가가 보장된 워라벨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고층건물이든, 길거리 휴지통이든 그냥 사각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트가 일상이다.

프랑스 만화경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곳도 있겠지만,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파리는 내 기억과 거의 다르지 않다. 여전히 관광객으로 붐비는 개선문을 둘러싼 4차선 크기의 아직도 조각돌로 포장된 차선 없는 회전 교차로는, 예나 지금이나 12개 도로가 만나 지금도 한 번 들어서면 천운이 있어야 사고 없이 나올 수 있을 듯하다.

[Video: 개선문(Arc de Triomphe)과 회전 교차로https://youtu.be/39ZMpbkUMcg

 

에펠은 자신이 1889년에 세운 ‘공장 굴뚝 같은’ 타워가,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매일 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파리의 하늘을 밝히고 있는 걸 상상했을까? 

[Video: 파리 스카이라인에 돋보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같이 반짝이는 Eiffel Tower]  https://youtube.com/shorts/clIhdqjnLcY

 

...

집과 교통수단만 해결하면 계획의 반은 끝난 셈이다. 나머지 반은 발이 닿는대로 가볼까 싶다.

3개월 지낼 집은 AirBnB 앱에서 찾았다. 

파리 중심가로 들어가는 대중교통이 가깝고 ‘family friendly’한 지역을 찾아, M1 지하철이 가까운 ‘The Grand Arche’ 인근이다. 

파리의 전형적인 주택가 아파트는 길을 접해 ㄴ자 모양 또는 사각형으로 지어져 안쪽에 정원이 있다. 잘 정비된 안쪽 정원을 낮에는 모두에게 열어놔 동내 이곳 저곳에 소공원들을 여럿 만드는 장점이 있다. 

비좁은 지역에 돌과 콘크리트 건물들이 빼곡한데도 도시의 답답함이 적은 건 그 많은 소공원과 작은 숲들 때문인 것 같다.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에 편의점과 슈퍼. 동네 빵집마다 숨은 페이스트리 고수들이 만든 바게트와 디저트 빵들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Video: 동네 빵집과 주변]  https://youtu.be/1VAVBL438DE

 

파리 시내에서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겠지만, 인근의 다른 지역 여행을 위해 차를 리즈(lease) 했다 (https://www.ttcar.com/en/). 렌트보다 저렴하고, 새 차에다, 전체 보장 보험, 가족이면 모두 운전 가능해 일반 렌트보다 마음 편하다. 임대 신청을 하면 리즈 계약서를 따로 쓰는 것 외에는 일반 렌트와 다름 없다. 여행에 리즈는 나도 처음이다.    

도시든 지방이든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 좁은 1차선 도로가 많고, 일방통행로가 예고 없이 나온다.  

교차로에서 만나는 차로들이 4개 이상인 곳이 많아 회전 교차로가 많다. 교차로에 진입시 좌측 깜빡이 켜고, 나가기 바로 전에 우측 깜빡이 키는 방법으로 다른 운전자와 소통한다. 진입시 절대 양보와 서행. 

같은 방향에도 지하도로 들어가는 차선과 지상으로 가는 차선들이 파리에선 특히 많다. 늘 지도에서 미리 차선 확인. 

지하도로가 많다. 파리에서 외곽으로 나가려며 수 킬로미터 이상 지하로만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좁은 길 옆에 서 있는 앙증맞은 교통 신호등이 익숙해지면 다른 어려움은 없다. 서행하고 참을성을 유지하면 좁은 골목길의 정취와 조각돌길의 둔탁함, 좁고 긴 가로수길들의 평화로움 등등 나름 운전의 재미가 붙는다.   

대중교통은 목적지까지 경로안내와 결재가 한 번에 가능한 ‘IDF Mobilites’ 앱이 매우 편리하다. ‘Navigo’라 부르는 교통카드도 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직접 부딪히고 발로 돌아다녀 보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서는 시장에 가서 야채와 과일을 사고, 처음 가는 생필품 상점에서 익숙하지 않은 물건들을 찾고, 결제 방법을 몰라 허둥대고… 새로운 생활은 늘 신선하고 기대가 된다.      

오감으로 프랑스를 맞이하는 경험의 즐거움을 찾아 그 만화경속으로 삼 개월간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