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기록/'프랑스'에서의 3개월

[프랑스|파리|루브르] '루브르 박물관’에 가다 (1/5)

parkindresden 2026. 1. 19. 14:29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서양미술사를 두 학기 듣고 난 후, 아내는 전문가(^^)가 된 듯 자신감이 생겼다.

잘 모르던 화가와 조각가들의 이름이 익숙해지면서, 뮤지엄을 방문하기 전에 작품들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어렴풋이 알던 작품과 작가에 대해 설명해 주는 아내가 멋지다. 그래서 루브르 방문이 더욱 기대가 된다.   

한해 800만 명 이상 방문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예술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고, 특히 다른 곳에선 보기 어려운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대표적인 조각상들, 눈부시게 장식된 궁전, 화려한 왕가의 장식품 등 세계 3대 박물관 중에서도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사진과 영상을 통해 다른 사람의 눈으로만 보던 그림을, 온전이 나만의 시선으로 본다는 설렘에 흥분된다.  

 

  조급한 마음으로 M1 line의 지하철을 타고 루브르로 가는 길.  

구글 맵처럼 목적지를 넣으면 'IDF Mobilites' 앱에서 알려주는 여러 길 중 하나를 선택해, 앱에서 표를 구매하고, 개찰구 NFC 단말기에 폰을 대면 쉽게 지하철과 다른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 

처음 새로운 앱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알고나면 세상 편리하다. 

키오스크가 많아 대중교통, 주차, 심지어 음식점에도 사용하는데 영어 화면을 선택할 수 있다.

프랑스어를 몰라 불편했던 것은 옛날 얘기가 됐다.

NFC 단말기 보급이 잘돼 동네 빵집 커피 한잔도 스마트폰으로 계산되니, 환전한 500유로 지폐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편리한 세상이다.

지하철 탑승장에 20년 전엔 없던 안전 차단벽이 있다. 답답하지 않게 키 높이로 만들어 선로 반대편의 독특하고 화려한 반원형 광고판을 구경하는 재미도 살려준다.

아직 없는 역도 많지만, 완전 자동화되어 승무원이 없는 M1 line은 모든 역에 설치되어 있다.

지하철 역사가 오래되어 반원형 지하철 역 탑승장이 좁아 20년 전에는 겁이 났는데 안심이 된다. 

버스처럼 배열된 좌석으로 여러 각도로 앉을 수 있고, 체격이 우리와 비슷해 낯설지 않다. 

루브르 박물관 역의 안전 차단벽https://files.structurae.net/files/photos/2546/m01-palaisroyalmuseelouvre-cimg7083.jpg
반원형의 지하철 역 (블랑슈 역, Blanche metro station line 2 near Moulin Rouge)
화려한 지하철 좌석

 

산책 삼아 한 정거장 전 튈르리(Tuileries)역에서 내려, 싱그러운 가을 아침 개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조깅하는 사람들과 코너마다 놓여있는

창백하도록 하얀 조각상들을 여유롭게 지나 루브르 피라미드로 향한다. 

그리곤 이른 오전임에도 뱀처럼 꼬불꼬불한 엄청난 줄과 마주한다. 첫 번째 방문은 그렇게 입장하지 못했다. 

인파에 가려 나폴레옹의 개선문과 삼면의 루브르의 화려한 장식, 루이 14세의 동상, 피라미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루브르 웹사이트에서 일주일 후에나 가능한 표를 예약한다.

 

[루브르 박물관과 피라미드]  https://youtu.be/L1Ngt4PMjuU  

 

20년 전, 보아야 할 곳은 많고 시간은 없고, 사전 지식없이 서둘러 접했던 작품들은 이제 처음의 감동마저 아련하다.

그저 하루 종일 열심히 다니다 지쳐 한참을 머무른 0층 카페에서의 한 장면. 

기억은 희미해지고, 시간과 사건이 뒤섞인 순간의 파편만 남는다. 이번엔 기록으로 남겨 봐야겠다.

 

 

  미테랑 대통령(1981~1995년 재임)은 루브르와 ‘신개선문(그랑 아르슈, Grande Arche de la Défense)’을

일직선으로 잇는 ‘역사의 축(Grand Axis, Axe Historique)’을 완성해 이름을 남겼다.

역사의 축(Grand Axis, Axe Historique)

 

루브르의 관문인 피라미드는 이 계획의 일부로, 늘어나는 방문객을 기존 건축물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해결하기 위해

중국계 미국 건축가 페이(I.M.Pei)가 설계해 1989년 문을 열었다.

초기에 많은 비판을 받던 에펠타워와 같이 “외국 상징물이 외국인에 의해 지어졌다”거나 “파리의 얼굴에 난 상처’ 라고 비판 받았지만, 지금은 현대적 프랑스의 상징이 되고 “예술품을 입구로 쓰는 유일한 박물관”이란 찬사를 받는다. 

처음 설계 당시엔 400만 명의 방문객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800만 이상이 된 지금은 방문객 포화를 몸으로 느낀다. 

긴 줄에 서 있어도 피라미드를 보는 재미가 있다. 만약 타원형으로 만들었다면 논란은 적었겠지만, 재미는 없겠다 싶다.

‘쿠르 나폴레옹(Cour Napoleon)’ 중앙에 지은 루브르 피라미드 (오른쪽 상단에 루이 14세 동상)

 

‘역사의 축(Axe historique)’의 루브르 시작점은 피라미드 앞에 있는 루이 14세 동상으로 기단에서 보면 튈르리 가든, 오벨리스크, 샹젤리제, 개선문을 거쳐 멀리 라데팡스의 신개선문까지 시야가 이어진다. 

루브르궁은 세느강을 따라 지어져 ‘쿠르 나폴레옹(Cour Napoleon)’이라 불리는 안마당 중앙에 지은 피라미드가 ‘역사의 축’ 선상에 정확히 놓일 수 없어 고심했던 페이(Pei)는 대신에 루이 14세 동상을 갖다 놓는 묘수를 냈다. 

동상의 원조각가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을 설계하고 ‘네개의 강의 분수’를 만든 이태리의 베르니니(Bernini)다.

상체가 드러난 동상이 마음에 안든 왕은 다른 조각가에게 개조시켜 베르사유 궁전 구석에 방치했는데, 이걸 꺼내왔다.

내가 봐도 화려한 태양왕 루이 14세의 취향은 아니다.    

 

  전시 공간이 있는 루브르 궁전의 북쪽 건물은 루이 13세때 국정을 주무르던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서 나쁜 추기경으로 알려진 ‘리슐리외(Richelieu) 추기경’, 동쪽은 16세기 앙리 4세를 도와 프랑스를 재건한 쉴리(Sully) 공작, 남쪽은 다른 나라의 문화재 약탈과 여성편력이 심해 ‘탐욕의 독수리’로 불리던 나폴레옹이 임명한 첫번째 루브르 박물관장 드농(Denon)으로 불리고 있다. 

외국인이 보기엔 그리 존경스런 인물들인지는 모르겠다.

루브르 박물관과 인근

 

루브르 궁전은 12세기 ‘The Louvre’라 불리던 곳에 군사 요새로 시작해, 이후 프랑스 영토가 확장되고 안정되면서 요새가 필요없게 되고 거주하는 왕궁으로 발전한다. 

 16세기 프랑수아 1세(Francois I)는 다빈치를 초청하고, ‘모나리자’를 사고, 라파엘과 티션(Titian, 티치아노)의 그림을 왕실에서 수집하기 시작. 

17세기 루이14세는 화려한 아폴론 갤러리를 꾸몄지만, 군중에서 벗어나 사냥을 즐기기 위해 베르사유로 궁전을 옮긴다.

이후 왕실 소장품 창고를 비롯해 여러 용도로 쓰이면서 이때부터 예술가들이 모여 활동하고 전시하는 살롱(Salon)으로도 사용되었다. 

 1793년 프랑스 혁명 후, 이전 왕들의 수집품들을 모아 대중을 위한 박물관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나폴레옹은 약탈을 위한 관청을 만들었을 정도로 이태리, 이집트 등의 점령지에서 수많은 유물과 예술품을 약탈해 왔다.

푸리에 급수로 유명한 푸리에(Fourier)나 물리학자 라플라스(Laplace)등 당시의 여러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나폴레옹 유배 후 5200여점이 반환되었지만, 아직 다수 보유. 

나폴레옹 3세때 루브르는 현재 모습으로 재정비 되었다. 또한, 수세기 동안 무분별하게 팽창해 좁은 골목과 미비한 하수 시설로 복잡하고 지저분한 파리에 더 많은 빛과 공기를 들게 하라는 왕의 명에 따라, ‘오스만(Haussmann)’ 남작이 1853~1870에 거쳐 개축했고, 1927년 까지 이어져 현재 파리의 모습이 되었다. 

파리에서 흔하게 보는 1층 상가, 2~4층 주거지가 있는 화려한 외관의 석재 빌라 건물들을 ‘오스만 양식’이라 한다.       

 

  루브르는 어디로 입장하든 ‘-2층’ 중앙에서 시작한다. 피라미드 아래 사각형의 수직으로 넓게 트인 공간은 유리 피라미드에서 내려오는 자연광으로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인다. 이 공간에 매표소와 물품보관소 등이 있다.

이곳에서 지하 입구쪽 통로 먼 곳에 역피라미드가 보인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읽었다면 특별한 관심이 가는 장소다. 우리는 어쩌면 숨겨진 성배의 비밀을 마주하고 있는지 모른다. 

수세기에 걸친 개축과 확장으로 인한 좁은 통로와 정렬되지 않은 방들로 전체적으로 논리적이지 않아 길을 잃기 쉽다. 

특히 지하 -1층과 0층(유럽에선 우리의 1층이 0층이다)이 혼재해 복잡함을 더한다. 400여개의 방이 있고 보유한 50만여 점 중 3만여 점만 전시되어 있다. 

하루 8시간씩 전시품을 본다면 18일이 걸린다고 한다. 서둘러야겠다.

루브르 피라미드 아래 (주간)
루브르 피라미드 아래 (야간)
역 피라미드 (Reverse Pyram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