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모나리자가 있는 1층 드농관에 올랐다.
#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모나리자(Mona Lisa)’는,
객관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인중의 하나이다. 주관적으로는 두번째 :)
단정하게 포갠 두손을 앞으로 하고 상대방이 편안하게 비스듬히 앉아, 어느 각도에서도 지긋하고 따뜻하게 눈을 맞추어 준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듯한, 신비하고 절제된 ‘살인 미소’는 어떤 이야기라도 들어 줄 것처럼 다정하다.
루브르의 미로 같은 통로와 계단을 오르고, 눈길이 머무는 여러 소장품들의 유혹을 어렵게 지나 드디어 [room 711] 앞에 오면, “출구(sortie), 모나리자를 보려면 방의 반대편 입구로 돌아가라”는 안내판을 마주한다.
투덜거리며 반대편 입구를 다시 찾아 들어서면 저 멀리 벽에 점처럼 걸려 있는 모나리자와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들.
조금씩 밀려가며 사람들을 뚫고 앞으로 가면 3~4미터쯤 앞에 가로막은 펜스에 막혀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다.
팔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77 x 53cm의 그림 속에 그녀는 여전히 멀다.
[Video: Room 711] https://www.youtube.com/shorts/lM2LpllsXO4
설명할 수 없는 미소의 신비를 배우기 위해 수많은 화가들이 복제해 온 작품이지만, 멀리서 희미하게 등 떠밀려 바라보는 모나리자는 자칫 실망스럽다.
다빈치는 따뜻한 차(tea)를 앞에 두고 모나리자와 대화 했을 텐데, 떠들썩한 군중 속 멀찍이 바라보는 감동이 적은 건 당연하기도 하다.
게다가 이젠 폰으로 사진 찍는게 습관이 되어 셀카 찍고 나면 짧은 만남의 시간이 더 줄어든다.
사진 찍으려 분주한 사람들 속의 현장감과, 건성으로 눈도장만 찍고 가는 듯한 허전함.
피렌체의 부유한 실크 상인의 의뢰로 1503년부터 그의 아내를 그렸는데, 프랑수아 1세의 초대로 프랑스로 올 때 가져와서 16년 후 프랑스에서 사망할 때까지 의뢰인에게 전달하지 않아 미완성작이라 말하고 있다. 사후, 프랑수아 1세가 구입.
색을 비칠 듯 엷게 여러 번 덧칠해 윤곽 없는 스모키(smoky)한 모습을 만드는 스푸마토(Sfumato) 기법을 개발해, 어느 방향에서든 마주 보이는 눈과 모나리자의 미소를 그렸냈다.
희미하게 잦아드는 비대칭의 배경은 모나리자의 미소를 더욱 살아있게 해 준다 .
속눈썹이 없는 것은, 원래 엷게 그려진 것이 오랜동안 오염되고 세척하는 과정에서 지워졌다고 알려졌다.
예술과 과학 전반에 다재다능했던 천재 다빈치는 “예술 작품은 완성되지 않는다. 다만 버려질 뿐이다.”라며 그림에서도 과학자의 완벽함을 추구했다.
새로운 기법의 완성을 위해 죽는 순간에도 모나리자를 놓지 못했나 보다.

1911년에 도난당해 1914년 이탈리아에서 압수되어 루브르로 반환되었는데, 그 2년 동안 언론과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 온갖 가십과 추축을 만들어 내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했다.
심지어 루브르를 자주 방문했던 피카소가 경찰의 심문을 받기도 했다.
이젠 이름만으로도 신비감이 연상되며, 수많은 광고와 미스터리 소설과 음악에 등장한다.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의 모나리자는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인물로 (그리스인이 양성성을 완전한 인간상으로 여겼 듯), 프리오리 시온의 일원인 다빈치가 기독교 성배의 비밀을 그림에 숨겨놓았고, 그 암시가 모나리자의 미소라는 설정이다.
2022년 미스터리 영화 ‘글래스 어니언(Glass Onion)’에는 캔버스에 그려진 모나리자를 불태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모나리자는 포플러 나무판에 그려진 작품으로, 온습도가 관리되는 방탄 유리 케이스에 들어있고 나무의 미세한 변형도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 되어있다.

모나리자 맞은편 엄청난 크기의 그림으로 간다.
# ‘가나의 혼인 잔치(The Wedding Feast at Cana)’는
6.7 x 9.9미터로 루브르에서 가장 큰 그림이다.
성서에 그리스도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첫번째 기적을 행하는 장면을, 베로네세(Paolo Veronese)는 16세기 베니스의 화려한 일상으로 재해석해 1563년 완성했다.
북적이는 연회에 130명이 넘는 인물을 그려 넣어서 정작 중앙 테이블에 자리한 그리스도와 마리아는 언뜻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메인 코스를 마치고 후식을 기다리며 입술을 다문 채 이빨에 낀 음식물을 이쑤시개로 빼내는 여인, 수놓은 비단옷에 온갖 치장을 한 만찬 참석자들의 거만한 얼굴들, 연회장 위 테라스에서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지친 얼굴들, 테이블 위 개인 냅킨을 포함해 당시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사치스런 만찬의 풍경이다.
왼쪽 테이블 끝, 두 번째에 앉은 신부는 만찬 도중 포도주가 떨어져 심통이 났다.
맨 끝에 앉은 신랑은 포도주가 떨어진게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듯 도발적인 자세로 서 있는 푸른 옷의 집사와 이 난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오른쪽 아래의 물병에서는, 이미 물이 아닌 포도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가운데 흰 옷을 입고 현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베로네세 본인이고, 옆에 수염난 비올라 연주자는 티션(Titian)이다.
베로네세는 성경의 장면을 통해서 우리에게 베니스의 화려함과 풍요를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나폴레옹이 베니스를 점령했던 1797년 수도원 식당에 장식되어 있던 그림은, 거대한 크기 때문에 수평으로 잘려 프랑스로 옮겨졌다.
나중에 이탈리아에서 돌려달라고 하자 운송시 파손 우려가 있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루브르의 다른 그림과 바꾸기로 합의.

모나리자의 왼쪽 벽면, 소외돼 있는 듯한 여러점의 그림들 중 유독 모나리자를 외면하고 있는 하나가,
# 티션(Titian, Tiziano Vecellio)의 ‘장갑 낀 남자(Man with a Glove)‘이다.
루브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상화를 고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누군가는 이 그림을 꼽는다. 물론 남자 초상화 중에 고른다면 당연히 이 그림이 될거다.
좀전에 본 ‘가나의 혼인 잔치’에 까메오로 등장했던 이태리 최고의 초상화가로 ‘왕족들의 초상화가’라 불린 티션(Titian)의 1520년경 작품이다. 그가 그린 400여점의 초상화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다.
어두운 배경에 환하게 빛나는 흰 셔츠는 조금 벌어진 앞섶에서 위로 올라가며 목을 둘러 작고 여린 듯하면서도 고독과 기품을 담은 창백한 얼굴을 조명처럼 비춘다.
단순하면서도 단아하게 세련된 장갑, 금반지, 사파이어가 박힌 긴 목걸이, 이름도 모르는 500년 전의 인물임에도, 시대를 넘어 지금도 매력적인 청년임에 틀림없다.

[room 711]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만 해도 40여점이 넘는데 이제까지 겨우 세점을 보았다.
뮤지엄을 경험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고 박물관 특징에 따라 다르겠지만, 루브르는 일단 전시 작품의 수와 박물관의 크기를 고려해 미리 방문 계획이 필요하다.
당신이 최대한 많이 보려는 Maximalist 라면, 20년전의 나와 같다.
젊은 혈기도 있었겠지만, 평생 다시 올 기회가 없다는 듯이 점심 빼고는 거의 8시간 달리듯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하루의 끝에서 루브르의 소장품을 모두 보았다는 마라톤 결승점을 지난 듯한 성취감.
카페에 자리가 없어 지친 가족들과 계단 옆 긴의자에 앉아 차가운 햄샌드위치를 개눈 감추듯 먹던 기억이 가장 크지만, 그 눈동냥으로 그날부터 내가 그림과 조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확실하다.
이와 달리, 루브르의 세 여인 이외에는 아무 흥미도 없다며, 세 여인만 보고는 파리의 다른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Minimalist도 있다.
세여인을 보는데 5분 30초 정도 걸린다고 하니, 점심으로 에스카르고(Escargot) 즐길 시간은 충분하다.
관람객이 머무는 평균 시간은 3~4시간 이라 한다. 사실 그 이상이 지나면 피로가 쌓여 집중력이 떨어진다.
여러 번 방문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올 때마다 다른 방에서 시작해 한 방씩 섭렵하고 싶다.
여행자인 나의 경우, 세 번째 방문임에도 전과 똑같은 길을 간다. 누구든 자주 보고 알게되면 친구가 되듯 올 때마다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남다른 정이 생기는 것이 즐겁다. 다른 작품들에겐 미안하지만.
모나리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 [room 710]을 지나게 되는데,
여기 특이한 그림이 하나 있다. 언듯 보면 하늘위에 UFO가 떠 있는 것 같다.
연도를 확인해 보면 1569년. 맞다 16세기. 혹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처럼 미래를 예견한 그림인가?
# 이 그림은 캄피(Antonio Campi)가 그린 ‘그리스도 수난의 신비(The Mysteries of Christ’s Passion)’라는 작품이다.
제목을 알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앙에 십자가 처형 장면, 아래에 십자형 준비 부터, 왼쪽에 부활과 승천, 천상의 예루살렘 까지, 전체 이야기가 세심하고 촘촘하게 펼쳐져있다.
우리가 주목한 오른쪽 상단 우주선 같은 형상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에서 그려지는 원구형의 우주로, 천체와 별들의 궤적을 그려넣어우주선과 같은 그림이 되었다. 구의 아래로부터 그리스도가 구원받은 인간과 천사들과 함께 신의 세계로 승천하는 모습을 그렸다.

+++++

'나의 여행 기록 > '프랑스'에서의 3개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프랑스|파리|루브르] 루브르 박물관 - 고대 쉴리관과 리슐리외관 나폴레옹3세 아파트 (4/5) (0) | 2026.02.16 |
|---|---|
| [프랑스|파리|루브르] 루브르 박물관 - 드농관의 그림들이 들려 주는 이야기들 (3.2/5) (2) | 2026.02.07 |
| [프랑스|파리|루브르] 루브르 박물관 - 대리석에 살아있는 이야기들 (2/5) (1) | 2026.01.25 |
| [프랑스|파리|루브르] '루브르 박물관’에 가다 (1/5) (1) | 2026.01.19 |
| [프랑스|파리] 프랑스에서의 3개월 _ 들어가며 (0) | 2025.10.30 |